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읽고

허진호 (Jin Ho Hur)
6 min readApr 30, 2021

토마 피케티는 전작 ‘21세기 자본론’에서, 19세기말 이후 현재까지 불평등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 구조의 변화를 살펴 보고, 1980년대 이후 다시 급속도로 악화되어 19세기말 최악의 상황에 접근하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그 큰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불평등 구조의 역사적 기원, 그 구조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 오면서 어떻게 사회 계층 간에 이전되었고, 이 것이 20세기 기간 중 일부는 양차 세계 대전에 의한 자산 붕괴 및 그 이후의 (누진세 등의 제도에 의한) 자산 재분배 구조에 의하여, 일부는 유럽 일부 국가의 사민주의 사회에 의하여 개선되었는지, 그리고 이 것이 왜 다시 1980년대 이후 다시 악화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자세히 살펴 보며, 장기적으로 실천 가능한(?) 대안 구조를 제시하는 책이다.

(700페이지짜리 전작도 왕복 20시간의 출장 비행기 탑승 시간때문에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의 1,200페이지짜리 후속작은 솔직히 다 읽을 자신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 내용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까지 내가 겉으로만 알고 있던 역사의 흐름을 경제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그에 따른 사회 구조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과정에 빠져서, 읽는데 거의 2–3개월 걸렸지만 어쨌든 다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내 자신이 뿌듯할 정도였다)

(번역은 그 퀄리티가 너무 안 좋아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대략 5–6명 정도가 나누어 변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에 유독 한 분의 번역이 너무 읽기 어려워서 내용의 10~15%에 달하는 그 번역 부분은 내용 이해를 포기하기로 했다. 영어, 일어 번역본이 아닌 프랑스어 원본을 바로 번역하였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번역 퀄리티는 너무 안습이었다)

이 책의 내용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불평등은 근본적으로 수천년간 역사가 축적되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기원을 다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중세 시대까지의 축적된 역사 결과인 삼원사회 (Three Estates) 분석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축적되어 온 결과로서의 불평등 구조를 먼저 설명한다.
  • ‘삼원사회’의 불평등한 소유 구조는 19세기 기간을 거쳐 근대로 넘어 오면서 기존의 소유 불평등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로 근대의 ‘소유자 사회’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 체제, 노예 소유 체제 조차도 기존의 소유권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로 근대의 소유자 사회로 전환되었다.
    (이 전환 과정과 그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19세기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특히, 식민지 체제의 경제적 규모 및 그 함의, 노예 해방 과정에서의 소유권 전환 이슈, 프랑스 혁명이 삼원 사회에서 소유자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 체제를 혁파하려 하였던 시도의 내용 등은 이제까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제시한다)
  • 20세기에 이 ‘소유자 사회’가 양차 세계 대전, 양차 대전 직후의 대대적인 자산 몰수 (유럽의 1회성 특별세, 러시아 혁명에서의 자산 몰수, 한국 등에서의 토지 개혁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 2차대전 이후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 처음 도입된 누진세 (상속세 및 소득세) 도입, 유럽 일부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불평등 구조를 개선한 사민주의 사회 등의 결과로, 불평등 구조가 1950년에서 1980년까지 극적으로 해소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불평등 구조가 완화되고,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사회 주도층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전작 ‘21세기 자본론’의 주된 내용이다)
  • 그러나, 1980년 레이건-대처로 대표되는 경제 보수화 추세를 시점으로 20세기의 불평등 구조는 다시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약 40년이 지난 현재 미국을 필두로 주요 국가는 19세기말 (가장 불평등 구조가 역사상 가장 악화된) ‘벨에포크’ 시기의 불평등 구조로 접근하고 있다. 중동, 남아공, 러시아등 일부 국가는 이미 벨에포크 시기를 넘어섰고, 미국이 이에 근접, 서유럽이 이를 뒤따르고 있는 상황. 이를 이 책에서는 ‘하이퍼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과거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였던 진보 정당은, 점차 (이 책에서 ‘브라만 좌파’라고 부르는) 고학력자 계층을 대표하는 정치 집단으로 진화함으로써 이제 소득 하위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 집단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 피케티는,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평등한 사회 구성이 가능하게 한 ‘사민주의’의 보편화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전작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세’와 같은 제도 도입을 주창하였던 것과 비교해서, 보다 장기적으로 정치 제도, 권력 구조의 변화에 의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시각으로 보인다.
  • 이에 대한 생각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의 불평등 구조가 19세기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사회 구조, 정치 체제 등에 의한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20세기 중반 유럽에서 그 진가를 보여준 사민주의가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결과를 낳을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점에도 공감하기는 하지만,
  • 전작에서 제안한 ‘자본세’와 같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제도도 전체 사회에서 컨센서스를 모으기 극도로 어려울텐데, 이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이러한 (좋은, 선한) 의도로부터 만들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인류 역사의 흐름은, 언제나 그 집단에 내재한 집단적 역량, 가치, 사회 발전 단계에 의한 변화 등에 의하여 움직여 왔고, (상당히 야심찼던 공산주의 혁명까지 포함하여) 탑다운으로 사회의 방향을 바꾸려 했던 노력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실패하였다.
  • 결국 부의 불평등이 다시 양극화되고, 만에 하나 19세기 및 그 이전 수준의 불평등 사회로 회귀한다면, 그 것은 그 사회 (여기에서는 인류 전체)의 역량이 그렇게 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보며,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어떡하겠는가, 인류의 역사가 늘 그래 왔는데.

그 중 몇 가지 주목할만한 내용에 대하여 주제별로 각각 별도로 요약한다.

  1. 삼원사회의 자산 소유 구조
  2. 삼원사회에서 소유자 사회로의 전환: 프랑스, 영국, 스웨덴의 예
  3. 식민지 체제, 노예제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그 해체 과정: 영국, 프랑스, 아이티, 미국의 예
  4. 20세기 전반기의 대 전환, 사적소유와 불평등의 붕괴
  5. 사민주의 사회의 형성: 1950–1980년대
  6. 공산주의와 포스트 공산주의: 소련, 중국의 예를 중심으로
  7. 21세기 하이퍼 자본주의 사회

아래의 내용은, 책 내용 중에 개별 주제로 관심이 있는 부분을 따로 요약한 것으로, 각각 따로 읽어 보아도 됨.

외전: 19–20세기 유럽의 경제.군사적 지배가 가능하게 된 배경

외전: 미국 남북전쟁의 배경: 산업, 경제, 인구 측면에서

외전: 20세기 유럽대비 미국의 우위와 교육의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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