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7 단상
너무 늦어서 기억 안 나기 전에 간단히 정리해 두고자.
CES는 90년대 후반에는 꾸준히 갔고 최근에 다시 가기 시작하였지만, MWC 참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MWC는 이통사, 핸드폰 업체, 통신 장비 업체, 그리고 핸드폰 유통업체가 1년에 한 번 모여서,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에 따른 시장 진화의 속도를 확인.조절 하면서, 동시에 1년간 개발한 제품 라인업으로 올 한 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를 정하는 행사라고 이해하고 있어서, 애초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Comdex가 PC 시장에서, 예전의 CES가 TV, 오디오 등 가전 시장에서 그 역할을 하였듯이.
최근 몇 년 사이 CES가 모바일, IoT, 자동차 등 새로운 분야의 신제품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되고, MWC에서도 모바일 관련 새로운 기술, 제품이 많이 소개되면서, 이제 MWC의 시각에서는 모바일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보는지가 궁금했다.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해 보자면:
1. MWC
당초 생각하였던 MWC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전시관 못지 않게 EMR (설마 Electronic Medical Record 일리는 없고 처음보는 용어라 잠시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Executive Meeting Rooms) 규모가 아주 큰, 즉 미디어, 전시관 등 외부에 보이는 것보다 미팅룸에서 임원들간의 밀당이 훨씬 중요한 행사라는 의미.
전시관은, 이통사, 핸드폰 업체, 통신 장비의 대형 업체 들이 규모 경쟁하는 느낌.
특히 전시관이 가장 컸던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시장 글로벌 1위 업체로서의 요즘 위상을 과시하는 분위기. Oppo도 Vive와 함께 안드로이드 시장 2위 업체로서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특히 라이카와 제휴한 화웨이를 의식해서인지 자체 개발(?)한 카메라 줌 렌즈 기술은 발칙하게도^^ 아이폰 7과 직접 비교하면서 전시할 정도.
오랜만에 보는 노키아, 블랙베리, 에릭슨 전시관을 보면서는 짠한 느낌도. 기대했던 블랙베리 신제품은 금형 마감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는 느낌. 개인적 시각으로는 좀 어려울 듯.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몇 년간 CES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지만 이제 안드로이드 OEM은 너무나 보편화되어서, 예전 Comdex에서 중국.대만.한국의 PC 호환기 업체가 수도 없이 많았던과 비슷한 양상.
제품 (특히, 사용자가 가장 먼저 느끼는 금형/기구) 퀄리티도 아이폰 6 수준의 80–90% 수준까지는 많은 업체에서 가능. 그러다 보니 이제 중국 업체도 방수.방진 등의 특수 기능을 강조하거나, Wiko 같이 새로운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서 자금력으로 브랜드를 띄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도 많아졌음. (잘 될지는 상당히 의문시되지만) 이 모두 과거 80–90년대 PC 호환기 시장에서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음.
그 외의 다른 업체들에게서는, 솔직히 CES와 같이 최신의 기술, 디바이스 트렌드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이통사, 핸드폰 업체 등 대형 업체에 어필하고 싶은 솔루션 업체들 중심.
MWC에서도 IoT, drone, robotics, VR/AR, mobile app 등 최신 트렌드를 주제로 전시관을 크게 열고 싶어 했는데, DJI등의 대표 업체들이 다수 전시하였지만 다른 참가한 업체들의 수, 새로운 제품의 흐름 등으로 볼때 CES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구색 갖추기’의 느낌이 강한 편.
상대적으로 drone 분야는 DJI 외에도 스포츠 드론 등 특화된 제품, 업체가 많았음. 재미있는 것은, 바르셀로나에는 카탈루냐 지방 정부가 지원하는 Catalonia Smart Drone 프로그램을 통하여 드론에 특화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다양한 드론 관련 스타트업, 드론 교육 센터 등을 운영. (참고로, .cat는 카탈루냐 지방의 TLD인데, 바르셀로나에는 .cat 도메인을 생각보다 많이 쓰고 있음.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운동도 바스크 지방 못지 않다고.)
Mobile app 분야로 별도의 전시관을 할당하여 다양한 앱을 전시하였는데, 대부분 이미 시장에서 경쟁이 심한 분야 아니면 앱 마케팅 플랫폼들 위주여서, 새로운 트렌드를 보고자 하는 투자자 시각에서는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음.
그래도, 몇 개 주목할만한 스타트업.기술들이 있었는데,
- Carto: 위치 정보 데이터를 빅데이터 분석하여 B.I.로 제공하는 플랫폼. 이미 Accel 등에서 $30m 투자를 받아서 우리가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서 OTUL (“혹시 투자 받을 생각 있냐?”고 물어 보니, “이미 Accel 등에서 3천만 달러 투자 받았는데, 너희는 얼마 규모로 투자하는 회사이니?”라고 되물어 왔다는ㅠㅠ)
- What3words: 얼마전 국내에도 기사로 소개된 업체인데, 3개의 단어로 전 세계 어디든지 3m x 3m 단위로 addressing 가능한 기술. 그 자체가 high-tech라기 보다는 약간 ‘봉이 김선달’ 느낌의 비즈니스이지만, 이 것이 보편화된다면 정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도 있을 것. 하지만, 지난 30년 간의 경험으로 볼때, 이런 ‘아주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은 bottom-up으로 시작해서 보급되기가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 Graphene Experience Zone: 사실 Graphene는 자동차 외관용 소재,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신 소재로서, 그 발명가가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소재이지만, 아직 제조 원가가 너무 높고 양산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아서 사업화에 긴 시간이 걸리고 있는 상황. 이번에 그래핀 관련 연구소,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서 전시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대부분 연구 단계.
재미있는 것은, MWC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기술, 솔루션 업체들.
예를 들면,
- LPWA (low-power wide-area) IoT 네트워크인 LoRa, Sigfox등과 관련된 제품및 스타업
- 이통사 생태계에서만 의미있는 통신 장비 및 솔루션들이 많은 점. 예를 들면, ‘M2P 메시징’ 업체가 여러 곳 있어서 무언지 참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워낙 보편화된 ‘웹투폰 문자’를 의미하는 것이었음
- FIDO Alliance: 강화된 사용자 인증 기술 FIDO 표준을 채택한 다양한 기술들
2. 5G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이제 5G로의 전이가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위기.
투자자로서는, 5G 로드맵 및 5G로 전이가 일어나면 생길 변화, 특히 무선망의 high-speed 보다 low-latency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거라는 판단인데, 5G 로드맵 및 기술의 특성을 좀 더 스터디하고 이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변화에 대하여 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듯.
어쩌면 이 것이 이번 MWC에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결론일지도.
3. 4YFN 스타트업 행사
스타트업 관련 행사로 4YFN (4-Years From Now) 행사를 진행하여서, 글로벌 각국의 스타트업이 전시하고 피칭하는 행사를 병행 개최.
유럽,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각 국의 다양한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하여 200여개 스타트업이 전시하였는데, 느낌을 요약하자면:
- 전 세계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수준을 이해하고 비교해 보는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 다만, 기술, 서비스 분야에 어떤 주목할만한 큰 몇 개의 흐름이 있지는 않았고, 200여개의 회사가 100여개의 분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있었음
- 그 중 우리가 VC로서도 투자 검토할만한 수준의 좋은 스타트업이 꽤 있었다. 그 중 5곳 정도는 지금도 follow-up으로 투자 협의 중
- 전 세계에 스타트업 관련 지원 기관/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우리나라도 2 곳의 프로그램이 전시하였는데, 미국, 유럽의 각 지역 별, 섹터 별로도 워낙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국가 별로도 스리랑카, 알제리,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스타트업의 수준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MWC는 (정확히는 GSMA가) 4YFN 프로그램을 연간 글로벌 5곳에서 지속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스타트업 관련 프로그램, VC 등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일련의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생각.
몇 개 관심가는 회사들.
- AISTECH: 2020년까지 25개의 마이크로 위성을 띄워서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스타트업. 총 3천만 유로 정도의 펀딩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240만 유로 펀딩을 받았다고.
- 다양한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서 intelligent하게 드라이버를 돕는 자동차 내의 virtual assistance
- Graphene 배터리: 통상 Graphene 배터리는 Li-ion 보다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어서 그 방향으로 많이 개발하는데, 이 업체는 용량보다는 빠른 충전이 특징인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약 개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업체
-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위치 기반 B.I. (business intelligence) 플랫폼 제공 업체
한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한국에서도 몇 곳에서 스타트업들을 MWC 본체 및 4YFN에 전시하였는데, 몇 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그리 관심을 끌기 어려운 수준.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의 기술 수준 혹은 비즈니스의 혁신성이 다소 아쉬운 수준이라는 느낌.
한 줄 요약:
MWC 본체 행사는 별로 재미없었지만, 4YFN은 다른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좋은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